[인터뷰]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 “좋은 성적만이 목표는 아냐”

이주현 기자 / 기사승인 : 2019-10-11 10:27:0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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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 지도자·선수 육성하고 축구 질 높여야”
K리그2 중계 채널 개설…해외에 중계권 판매도

▲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의 한 중식당에서 허정무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기자와 인터뷰를 하고 있다. <사진=넥스트뉴스>

[넥스트뉴스=이주현 기자] 한국 프로축구의 상승세가 예사롭지 않다. 경기 내용의 질이 높아졌다. 이 때문인지 관중도 늘었다. 그야말로 ‘축구 전성기’다. 이 긍정적인 변화의 뒤엔 대회의 주최와 운영, 인적자원 개발 등 다양한 행정 업무로 축구계를 든든히 받치고 있는 한국프로축구연맹이 있다. 또 그 중심엔 왕년의 명예를 뒤로 한 채 연맹의 살림살이를 챙기고 있는 허정무 프로축구연맹 부총재가 있다. 지난 1일 서울 서초구 서래마을의 한 중식당에서 본지가 허 부총재를 만나 저간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친근감 있게 다가서는 그는 마치 오랫동안 알고 지낸 동네 아저씨 같았다.

“선수와 코치, 감독까지 경험하며 축구에 대해서는 전문가라고 생각했다. 그런데 프로축구연맹에 들어와 보니 그게 아니더라. 이제야 축구 ‘산업’을 좀 알 것 같다.”

허정무 감독은 2015년 한국프로축구연맹 부총재로 취임했다. 벌써 5년째 연맹 살림살이를 챙기고 있다. 다방면으로 사업을 확장 중인 프로축구연맹은 올해 K리그2의 직영 중계 채널을 열었다. “팬들이 즐겨 찾는 중계 채널을 만들기 위해 힘쓰고 있다. 방송 전문가를 영입해 자체 영상 작업도 했다. 모바일 접속이 증가한 만큼 그에 대비하려고도 노력 중이다.” 해외에 경기 중계권을 판매하는 쾌거도 이뤘다. 이 대단한 성과를 두고도 그는 자신의 업적을 추켜세우기보다 다른 이들에게 공을 돌렸다. “직원 모두가 한마음으로 최선을 다한 성과다. 직원 수는 많지 않지만 하나하나가 일당백”이라며 직원들에 대한 애정도 숨기지 않았다.

K리그 ‘승강전’의 치열한 순위 싸움에 대해 물었다. 내심 날카로운 전력 분석을 기대했지만 “내년부터는 승강제 영역을 넓혀 볼까 고민 중이다. 팬을 위한 것만은 아니고, 구단 쪽에서도 더 집중할 수 있는 환경을 만들려 한다”며 부총재로서의 대답을 내놨다.

하지만 인터뷰 내내 타고난 선수이자 감독으로서의 기질도 드러났다. 허 부총재는 “단순히 경기장에서 열심히 뛰는 것만으로 최선을 다했다고 할 수는 없다. 90분짜리 경기를 뛰기 위해 사전에 어떤 준비를 했느냐, 또 경기가 끝난 뒤 잘한 것과 못한 것을 비교·분석하는 과정까지 거쳐야 진짜 노력했다고 할 수 있는 거다”라고 강조했다.

그는 중학생이 돼서야 축구를 시작했다. 말 그대로 ‘늦깎이’다. 하지만 우수했던 학업 성적만큼 축구에서도 두각을 드러냈다. 축구화를 신은 지 4년 만에 청소년대표가 됐고, 다음 해에는 성인국가대표로 발탁됐다. “축구에서만큼은 머리보다는 노력이다”, “새벽에도 가로등 빛을 벗 삼아 줄넘기를 하고, 눈이 쌓인 겨울밤에도 매일 킥 연습을 했다. 발톱이 곪아 족히 10번은 빠졌다”며 허 부총재는 회상에 잠겼다.

선수로 승승장구하던 허 부총재는 지도자로 전향했다. 하지만 화려한 선수 시절과 달리 파란만장한 시기를 보냈다. 애초 그는 1998년 올림픽 대표팀 감독에 선임되며 2002년 한일 월드컵까지 지휘봉을 쥐기로 했다. 하지만 2000년 시드니올림픽 조별예선에서 탈락해 전격적으로 경질됐다.

“올림픽팀을 이끌 때, 2002년 월드컵을 겨냥해 선수 육성에 집중했다. 올림픽을 경험 삼아야 월드컵에서 승산이 있다고 생각했다”고 허 부총재는 말한다. 실제로 당시 올림픽 대표였던 박지성, 이영표, 김남일, 설기현, 송종국, 이천수 등은 한일월드컵에서 크게 활약하며 ‘월드컵 4강 신화’의 견인차가 됐다. 이것이 허 감독이 그린 애초의 청사진이었다. 하지만 이 때문에 감독직에서 물러났으니 마냥 웃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2012년 4월에는 인천 유나이티드 감독직을 사퇴했다. “국내에서는 물론이고 해외에서도 자기 의사대로 그만둔 감독은 찾기가 힘들다. 그게 싫어서 자의로 그만뒀다”고 당시 상황을 밝혔다.

인터뷰 말미에 허 부총재는 “연맹의 목표는 단순히 좋은 성적을 내는 것, 많은 관중을 끌어들이는 것만이 아니다. 좋은 지도자와 선수를 육성하고 축구의 질을 높여 팬을 비롯한 축구 관계자를 즐겁게 해야 한다”라 답했다. 허 부총재의 비장한 눈빛에 한국 축구의 미래가 예견되는 듯했다.

 

이주현 기자 reporter@next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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