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자수첩] ‘동료애’라는 단어마저 사라지면 안 된다

최송이 / 기사승인 : 2019-08-02 13:12:3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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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무한도전 '무한상사' 편 <사진= MBC '무한도전' 캡처>

 

[넥스트뉴스=최송이 기자] ‘친구와 싸우지 말고 사이좋게 지내렴.’ 누구나 한 번쯤 들어봤을 말이다. 친구와 싸웠을 때뿐 아니라, 새 학기를 맞이할 때도 듣는다. 대개 어른이 아이에게 하는 말이다.

최근 우리나라엔 이런 ‘다툼’과 관련해 직장을 배경으로 한 관련법이 제정됐다. 이른바 ‘직장 내 괴롭힘 금지법’.

법이 발효된 2019년 7월 16일 아침엔 회사마다 해당 법률과 관련한 이야기가 직장인 사이에서 회자됐다. 반나절도 지나지 않아 TV며 인터넷 뉴스에서 직장내 괴롭힘과 관련된 피해사례들을 기다렸다는 듯 연이어 보도했다.

동네 놀이터에서 아이 사이에 다툼이 생겼을 땐 부모가 잘못한 아이에게 잘못을 가르치고 사과하라고 말한다. 마트나 식당에서 개구쟁이 아이가 뛰놀며 타인에게 피해를 줄 때도 주변 사람들은 넌지시 아이를 타이른다. 행여 아이의 잘못을 감싸고 도는 부모가 있다면 많은 이의 따가운 눈총을 피할 수 없다.

이런 과정에서 다툼이나 불편함이 있기는 했지만, 문제를 해결하는 과정에서 가해지는 법률적 ‘처벌’은 없었다. ‘법’이 아닌 누구나 당연히 받아들일 수 있는 전통적인 사회 규율로도 문제를 해결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물론 최근의 해당 법률 제정에는 그만한 사정이 있었을 것이다. 회사 내에는 설명하기 힘든 갑을 관계가 늘 존재해왔고, 입법자들은 사회적 규범 등으로 문제를 해결하거나 통제하는 것이 이제는 어렵다고 판단했을 것이다. 상당수의 국회의원이 이 법을 두고 ‘고육지책’이라 입을 모으는 이유다. 수도인 서울에만 1000만 명의 사람이 북적이며 사니, 어쩌면 과거의 인정이나 일반적인 도덕률로 분쟁을 해결하기 힘들다는 것도 인정해야 한다.

하지만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 해당 법률을 대할 때마다 느끼는 묘한 감정이 있다. 이런 법률을 만들 수밖에 없는 왜곡된 우리의 현실과, 모든 분쟁을 법의 잣대로 해결해야 하는 상황 때문이다. 물론 이 법률로 고통받던 고통받을 많은 이에게 구원이 있을 것이다. 법률의 목적처럼.

다만 이번 법률 제정으로 만사를 법으로 해결하려는 풍토가 자리 잡을까 우려된다. 한 명의 직장인으로서, 또 한 명의 국민으로서 한 가지 희망이 있다면 가능한 전통적인 방식으로 서로의 분쟁이나 다툼이 해결하는 것이다. 인간이 로봇과 달리 지닌 가장 큰 장점이 상황에 맞게 양보하거나 이해할 수 있다는 점이다.

21세기이니, 인간성 회복이란 말 자체가 구태의연하게 들릴 수 있다. 하지만 매일 마주하는 직장 동료 사이에 보편적으로 말하던 ‘동료애’라는 단어마저 사라질까 걱정된다. 한편으론 기왕 법이 제정됐으니 그동안 직장 내 갑질로 피해를 보던 이들이 더는 없길 희망한다.

내일 아침 만나는 직장 선배나 후배에게 따뜻한 커피 한 잔을 먼저 권해보면 어떨까 하는 생각이다.

 

최송이 기자 reporter@next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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