장애인 자립 위한 탈시설화…현장 문제 어떻게 해결해야?

김승직 기자 / 기사승인 : 2020-06-25 13:48:1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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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설폐쇄로 사회복지사·재단 갈등 커져
“탈시설화로 미신고시설 늘어난다”주장 나와
▲ <사진=셔터스톡>

 

[넥스트뉴스=김승직 기자] 장애인 자립 등을 골자로 하는 '탈시설화'가 국가정책이 됐음에도 복지재단 등이 이를 방해한다는 주장이 제기됐다.

25일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에 따르면 대한성공회 재단은 장애인 탈시설을 요구하는 사회복지노조를 탄압하고 있다.

탈시설은 장애인에 부적합한 시설 생활을 강요하지 않고 이들이 지역사회에서 생활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복지정책이다.

앞서 장애인은 치료대상으로 여겨져 사회복지시설 등에서 공동생활하는 것이 일반적이었다. 하지만 1980년대부터 장애인 시설 인권문제에 대한 논의가 활발해졌다.

이 논의는 장애인이 지역사회에서 자립할 수 있도록 지원하는 방향으로 확대했고 이를 위한 정책으로 탈시설이 대두됐다.

한국에서 본격적으로 탈시설화가 시작된 건 2007년부터다. 정부는 2007년 장애인복지법을 전면 개정하면서 장애인 탈시설 및 주거 지원 강화방안 등을 정책계획에 포함했다.

서울시 역시 2013년부터 탈시설화를 본격화하고 있다. 또 문재인 정부는 2018년 탈시설 정책을 100대 국정과제에 포함하기도 했다.

하지만 이를 현장에 적용하는 과정에서 마찰이 생기고 있다. 일례로 대한성공회 산하 발달장애인 거주시설 ‘도란도란’은 탈시설화로 시설 거주자가 줄어들자 노동자에 대한 고용안정대책 없이 시설폐쇄를 결정했다.

 

▲ 장애인 시설 폐쇄 규탄 기회회견 <사진=김승직 기자>

 

지난 23일 공공운수노조 사회복지지부는 대한성공회 서울주교좌성당 앞에서 이를 규탄하는 기자회견을 열기도 했다.

 

사회복지지부 김치환 지회장은 “앞서 도란도란은 거주 장애인의 자립을 위해 탈시설화에 최선을 다하겠다고 밝힌 바 있다”면서 “하지만 성공회는 시설의 존립을 위태롭게 한다는 이유로 탈시설화를 요구하는 노조를 탄압하고 있다”고 주장했다.

김 지회장은 "도란도란 전 시설장은 거주 장애인의 사생활을 침해하거나 약물 복용을 강요하는 등의 인권침해를 했다"며 "또 이에 반발하는 사회복지사를 부당하게 징계하는 등 권한을 남용하기도 했다"고 밝혔다.

이에 도란도란 소속 사회복지사들은 2018년 노조를 결성해 성공회 측에 시설장 교체와 탈시설화를 요구해왔다.

하지만 새 시설장 역시 노조를 탄압하는 등 부당노동행위를 했으며 성공회는 탈시설화를 요구하는 노조를 와해하기 위해 시설폐쇄를 결정했다는 게 노조 측 주장이다.

또 성공회는 탈시설 장애인을 지원한 김 지회장을 지시 불이행과 탈시설화 강요 등의 이유로 징계하기까지 했다.

이와 관련해 성공회 관계자는 “시설폐쇄는 서울시의 탈시설 정책으로 입소자가 감소해 어쩔 수 없이 내린 결정”이라고 반박했다.

이어 “도란도란 정원은 20명인데 입소자는 5명뿐이라 시설 운영이 어려운 상황”이라며 “노조를 탄압했다는 주장은 사실이 아니다”고 선을 그었다.
 

▲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상임활동가 <사진=프리웰 재단>

장애와인권발바닥행동 김정하 상임활동가는 “탈시설을 반대하는 것이 성공회 의사인지 아니면 시설장 개인 의사인지는 알 수는 없다”면서도 “다만 탈시설화는 멈출 수 없는 흐름”이라고 강조했다.

이어 “해외복지시설은 정부·지자체가 운영하는 경우가 많다”며 “이 때문에 탈시설화 과정에서 소속 복지사들이 지역사회 주거시설 등으로 고용 연계한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하지만 우리나라는 민간법인에 의존하는 경향이 있어 탈시설화로 인한 고용문제의 책임소재가 불분명하다”고 전했다.

그는 “하지만 법률상 재단은 소속 사회복지사를 고용 승계할 의무가 있다”며 “탈시설화 과정에서 생기는 고용문제를 재단이 나몰라라 해선 안된다”고 말했다.

김 활동가는 또 “사회구조가 바뀌면서 탈시설 모델에서도 변화가 있다”며 “이 과정에서 사회복지사의 노동 방식도 바뀌는데 이를 재단 산하 시설이나 지역사회 주거시설 등으로 연계할 고용구조를 마련해야 한다고 촉구했다.

한편, 탈시설화가 오히려 장애인 인권 사각지대를 만든다는 주장도 있다. 탈시설화로 신규 장애인 주거시설 설립이 어려워지면서 지자체 승인을 받지 않은 미신고시설이 늘어났다는 것이다.

한 복지관 관계자는 “탈시설화로 장애인 거주시설이 줄어들면서 이용자가 미신고시설로 몰리고 있다”며 “이 시설에서 장애인을 학대하는 등의 정황이 꾸준히 나오고 있다”고 전했다.

실제로 지난 3월 평택의 미신고 장애인 거주시설에서 지적장애인이 활동지원사에 폭행당해 숨지는 사건이 일어나기도 했다.

이에 대해 김 활동가는 “장애인 시설이 부족하다는 것을 증명할 명확한 데이터는 없다”며 “몇몇 시설에 대기 인원이 몰리는 것은 장애인 시설이 부족해서가 아니라 그 시설의 환경이 좋아서일 뿐”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미신고시설에서 학대 정황이 나오는 것은 오히려 탈시설화를 가속해야 할 이유”라고 강조했다.

다만 김 활동가는 성인 발달장애인과 관련해선 우려의 목소리를 냈다. 이들의 보호자가 고령화함에 따라 지역사회에서의 자립이 어려울 수 있기 때문이다.

김 활동가는 “베이스캠프를 만들어 보호자가 없는 장애인 간의 지역공동체를 만들어야 한다”며 “서울시 역시 이 방향으로 탈시설화 정책을 추진하고 있다”고 밝혔다.

그는 탈시설화에 대한 지역사회의 인식과 관련해선 “지난 22일 대구의 한 아파트에 ‘집값 떨어지니 장애인은 나가라’는 벽보가 붙는 등 장애인을 부정적으로 여기는 사람이 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더욱이 사회가 개인화함에 따라 지역 주민과의 유대는 필수가 아니다”면서 “당장 옆집·윗집에 누가 사는지 모르는 사람이 많은데 장애인에게만 이를 강요하는 것은 맞지 않다”고 강조했다.

김 활동가는 또 “탈시설화는 장애인 인권을 위해 반드시 이뤄져야 한다”면서 “다만 서로에 피해가 생기지 않는 방향이어야 할 것”이라고 덧붙였다.

 

김승직 기자 reporter@nextnews.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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