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발행인 칼럼] 백수북면(白首北面), 백발의 노인이 돼서도 배워야 한다

이성기 기자 / 기사승인 : 2019-08-12 15:25:1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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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이성기 발행인

[넥스트뉴스=이성기 발행인] 지난주 한국 사회를 발칵 뒤집어 놓은 사건이 있었다. 한국콜마 윤동한 회장의 얘기다.

 

윤 회장은 지난 7일 임직원 700여 명이 모인 사내 정기 조회에서 ‘막말 동영상’을 틀어 물의를 빚었다.

해당 동영상에는 “아베는 문재인 면상을 주먹으로 치지 않은 것만 해도 너무나 대단한 지도자”, “베네수엘라의 여자들은 단돈 7달러에 몸을 팔고 있는데 곧 우리나라도 그 꼴이 날 것” 등의 친일 및 여성비하 발언이 담겨 있었다.

직원들이 거세게 반발한 것은 당연하고 이 사실이 외부에 알려지자 네티즌들은 윤 회장을 친일 기업인으로 규정, 그가 운영하는 CJ헬스케어 등 한국콜마 소유 브랜드를 대상으로 불매운동을 시작했다.

하루 만에 사태가 일파만파 퍼지자 회사 측은 9일 해명에 나섰다. 한국콜마 측은 “영상을 보여준 취지는 (일본의 무역 보복에 대해) 감정적으로 대응하거나 현혹돼서는 안 된다는 취지였다”며 “윤 회장은 서울여해재단을 창립해 이순신 장군의 호국정신을 기리는 활동에 노력한 만큼 친일 논란은 지나치다”고 항변했다.

회장을 지키고 싶은 한국콜마 측의 입장은 대체로 이해할 수 있다. 하지만 해당 동영상은 ‘감정적 대응을 지양하자’는 자신들의 취지와 부합하지 않는, 윤 회장 개인의 ‘독선에 가까운 결정으로 이뤄진 이벤트’라 해도 무방하다.

상황을 해명하거나 진정시키기 위해 한국콜마가 소환한 이순신 장군을 놓고 네티즌 사이에선 ‘물타기 하려는 안일한 자세’라며 더 강한 비판의 목소리가 나왔다. 불매운동이 전국적으로 확산해 출구를 찾지 못하자 윤 회장은 지난 11일 전격적인 ‘대국민 사과’와 함께 ‘경영 일선 퇴진’을 선언하며 머리를 조아렸다.

그런데도 상처받은 네티즌들은 불매운동을 철회하지 않았다.

한편에선 이런 불매운동이 임직원과 계열사·로드샵 가족 등 애꿎은 이들에게 피해를 끼칠 수 있다고 우려한다. 다른 한편에선 윤 회장의 이날 ‘경영 퇴진 선언’도 ‘꼼수’ 아니냐는 의혹의 시선을 보내고 있다.

실제로 장남 윤상현 사장은 현재 한국콜마의 14개 계열사의 이사를 겸직하고 있고 아버지 뒤를 이어 윤 사장이 사업 전체를 총괄할 것이라는 보도도 나오고 있다. 윤 회장이 퇴진 후에 아들 뒤편에서 상왕으로 군림하며 회사를 좌지우지할 것이란 의심이 나오는 대목이다.

만약 그러하다면 이번에 발표한 윤 회장의 전격 퇴진 선언은 그야말로 ‘악어의 눈물’이다.

사람은 누구나 실수하거나 문제를 일으킬 수 있다. 다만 그 실수의 원인을 파악해 반복하지 않는 것이 중요하다. 또 그 실수나 잘못에 대해 진정한 반성과 용기있는 사과를 할 수 있다면 그 실수나 잘못은 미래를 위한 소중한 자산이 될 수 있다.

문제를 일으킨 사회의 지도층이나 경제적으로 성공한 사람들은 사태가 확산되면 냉철한 반성이나 사과보다는 그저 상황을 벗어나기 위한 ‘임기응변’이나 처세만 있었다. 이번 윤 회장의 결단적 행동이 이와 같지 않길 바라는 이유다.

윤 회장의 사태는 개인적인 실수일 수 있다. 이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철저한 자기 반성과 진정성 있는 사과를 했는지 스스로 돌아봐야 한다는 것이다.

그가 행한 말이나 결정이 냉철한 자기 반성에서 비롯됐다면 현재까지 진행되는 한국콜마에 대한 불매운동이나 지탄은 오래가지 않을 것이다.

백수북면(白首北面)이라는 말이 있다. ‘백발의 노인이 돼서도 배워야 한다’는 뜻이다. 윤 회장이 이번 일로 한가지를 더 깨우치길 바란다. 반면교사(反面敎師) 삼으란 뜻이다. 

 

이성기 발행인 nextnews@nextnews.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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